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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내가 개발자가 된 이유


GDSC 세션으로도 진행한 내가 개발자가 된 썰.txt


0.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부터...


뭐 대충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필자는 문과였다.

문송합니다.

웃기지도 않지, 필자가 대입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이과에서 문과로의 교차 지원은 잦았지만 문과에서 이과 교차 지원은 흔치 않았다.
아니지, 다시 말해 일단 필자 주변에선 못 봤다.

그만큼 당시 문과에서의 이과 교차지원은 흔치 않았다.

근데 웬걸, 그 어려운 걸 필자가 해냈다(!)

그것도 공과대학이었다.

음… 이게 맞나 싶었지만 뭐 재수는 하기 싫었으니, 당시까지만 해도 꿈이 방송국 PD 였던 필자는 뭔가 도리가 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1.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회


음… 이게 맞나?

수강신청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

  • C 프로그래밍
    오… 나도 프로그래밍을 배우나..?!

  • IT Engineering 프로젝트
    오… 느낌 좀 쎄한데..??

  • 미적분학 프로그래밍
    오… X됐다.. 재수할까…

정말 많이 큰일났음을 동물적 감각으로 직감했다.
처음에 호기롭게 여길 오겠다고 한 필자 자신을 조금은.. 아니 많이 후회했다.

뭐 결론은.. 처참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성적은 정말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성적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1학년과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로 도망가게 입대하게 되었다.


2. In 군대


사실 군대 있을 때,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내가 가려고 하는 이 길이 맞을까,
이 길을 걷는게 정말 옳은 선택일까,
정말 내가 미래를 개발자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흔히들, 군대 갔다 오면 정신을 차린다고 하지 않던가.

왜 다들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에 입대하면, 이 지옥같은 곳을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공간에 적응되고 나니, 아니지 정확히 얘기하면 전역이 안보이니 그냥 포기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정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학년과 2학년을 같이 지냈던 친구들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들 입대를 하다보니, 다들 전화하면 결국엔 이런 얘기를 하게 되더라.

처음에 입대했을 땐, 그냥 개발자 포기하고 원래의 꿈을 찾을 생각이었다.
전과를 하던지, 편입을 하던지, 재수를 하던지 그래도 필자가 꿈 꾸던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이 정말 컸다.

근데 어느 날 중국에서 바이러스 하나가 찾아왔다. (왜 왔냐)
전염성이 말도 안된단다.

전세계에서 하루에 몇십만, 아니 몇백만명 단위로 확진자가 나오더니 우리보고 격리를 하란다.
많은 회사들에서 재택 근무를 한다고 한다.

오잉, 이게 무슨 말이야..?

각자의 “집”에서, “컴퓨터”“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본다는데, 개발자가 많이 필요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이거구나, 싶었다.

전세계에 스마트폰이 보급화된 후 개발자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얘기는 진작부터 들었으나, 이런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급격하게 수요가 늘어나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또 하나 있었다.

필자 성격에, 안해보고 포기하기는 또 필자 성격에 안맞았다.
사실, 1학년과 2학년때 정말 공부를 안했다.
하기도 싫었고, 호기롭게 공대를 왔던 입학 초와 달리 막상 전공교재 보니깐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다.

근데 또 막상 그냥 그만두자니 필자 성격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그냥 일단 한번 해보고 바꾸자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같은 취업난에 어? 블루 오션이라는데 이건 못참지 돈 벌어야지..!


3. 군대를 전역하고


군대를 전역하고 나니, 진짜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뭐 같은 곳도 견뎠는데 뭘 못하랴…

일단 공부할 마음이 들게 컴퓨터와 맥북을 사고 (원래 게임도, 운동도 장비빨이거든), 기초부터 다시 해볼 생각에 파이썬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파이썬은 할 만 헀다.
이전에 배우던 C와 Java에 비해 문법도 간결하고, 직관적이라 공부하기 수월했다.

그렇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복학 준비를 하던 와중,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 : 야 너 지금 에타(에브리타임) 들어가봐
필자 : 왜??
??? : 거기 홍보게시판 들어가면 GDSC 어쩌구 있거든? 그거 한번 봐봐
필자 : 오홍.. 이거 내 실력으로도 가능함?
??? : 몰라 일단 지원해보자 되든 안되든
필자 : 흠, 그래 일단 해보지 뭐


이는 다름 아닌, GDSC라고 하는 구글 학생 개발자 클럽에서 우리 학교 챕터의 멤버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

개발은 할 줄도 모르는 필자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거기 붙을까 싶었다.
근데 이것도 그냥 호기롭게 되든 안되는 아쉬울 것 없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이정도면 호기가 문제야

근데, 놀랍게, 와우.

붙었다.

그렇게, 필자의 개발자로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4. 개발자의 길로 이끌어준 GDSC


다양한 개발자 지망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코로나 이슈 때문에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만나고 많은 사람들의 Github을 훔쳐보게 되었다.
역시나,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봤고, 많이 자극받았다.

정말 저렇게 준비해야하는구나, 얻는 것도 많이 있었고 동기부여도 많이 되었다.

그리고, 학교 생활도 하며 학점도 챙기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사실 구글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지만), 필자 스스로 프로젝트도 진행해 보며 많이 깨우쳤다.

그리고 이때 쯤, 느끼게 되었다.

**할 만 하다**



정말 할 만 하게 느끼게 되었다.
재미도 조금은 있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는 필자 성격에 가만히 있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완성되는 프로젝트를 보며 기쁨도 있었다.

그렇게 친구를 GDSC 우리 학교 챕터에 리드를 하라고 협박하고, 필자는 2기 Core Member를 하게 되며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해보고,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디자인 공부도 해보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는 법도 배우게 됐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다.
여러모로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단순히 개발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현재이다.


5. 마치며


지금 당장 필자에게 “너 오늘부터 개발자로 일해!”라고 한다면 아직은 실력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세는 현저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실력적으로 부족하지만, 필자가 가진 능력을 극대화로 끌어올리면 안되는 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딪히며 스트레스 받아하고 고통스러워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뭔가 하려고 하는 욕심이 난다랄까.

그리고 사실 더 깨달은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개발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건, 필자 자신의 뜻도 있지만 하늘의 뜻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문득한다.
(참고로 필자는 무교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쓴다)

이제까지 필자는 필자가 하고 싶은 것만 찾아다니는 뭐 좋다면 좋은 습관이지만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하기 싫은 것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기 위해 하늘이 준 과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필자는 개발자로서의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을 이 블로그를 빌어 다짐하며,

끝.